사막을 건너는 오만 가지 방법

1. 뭔가를 써야겠다는 강한 생각으로 책상에 앉기를 수차례. 한 줄 지우고 그 밑으로 석 줄을 내려 쓰지만 그러고나니 이제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석 달이 지나가 버려 있었다.

2. 내가 보내는 시간이 빠르다. 내가 사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역동을 넘어선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어지러워 현기증이 난다. 롤러코스트, 재미는 있었지만 오래 탈 수는 없는, 나는 지금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었다.

3. 김약국 그에게는 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 아들을 잃은 후 연달아 딸만 낳은 것이다. 큰 딸 용숙,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 그 다음은 용옥이, 막내가 용혜다.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 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살해 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 배가 침몰되어 물에 빠져 죽은 거예요..."

삶이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비극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그저 비참한 비극 일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지금 느낌...한마디로 드럽다.

4. 그에게 하루는 꽉짜여진 견고한 틀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내용의 반복들. 간간히 책을 읽고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저녁이면 영화를 본다. 하루의 시간중 이 셋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그러나 느끼지 못했다.

5. 1, 2차 검진결과 즉시 치료를 요하지는 아니하나 건강 관리상 계속적인 관찰이 필요. 당뇨질한 의심 정기적인 당뇨 검사 필요. 출혈성 위염에 대한 약물치료 하시고 좌측유방에 악성 종양이 의심되니 초음파 하세요. 어머니가 받아본 건강 검진 결과 통보서였다. 검색어 '유방암' 저녁 내내 나는 인터넷을 찾아 돌아 다녔다.

6. 신이 내게 점지해주신 6개의 번호, 꿈속의 일이라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릴게 뻔했다. 꿈속에서 내가 당첨된 금액은 80 억. 당첨된 그 순간 혈관 속으로 뻗어나가던 엔돌핀, 현실 그 자체였다. 꿈속에 일이 꿈이란걸 알아챈 나는 즉시 일어나 적어 놓아야 할텐데 그게 그렇게 귀챦을수가 없었다. 적는 대신 여섯개의 번호를 열심히 외웠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전날 밤의 번호를 기억해 내려 했으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나의 기억력을 믿지 않는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여전히 나는 믿지 않는다. 여섯개의 번호중 세개가 맞아 오천원을 탔다.

7.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한마디로 웃기고도 재미 있는 영화다. 보는 내내 한참을 웃을 수 있었다. 교장이 선생을 때리고 선생이 학생을 때리고 학생이 학생을 때리고 부모가 자식을 때리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고 때리고 맞고 맞고 때리고 그야말로 때리지 않으면 맞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폭력의 일상화, 그 당연함. 우리의 70, 80 년대는 한마디로 코미디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였다. '친구' '살인의 추억' 이 그랬고 '실미도'가 그랬고 '효자동 이발사' 가 그랬다. 뭘 찍는다 해도 코미디 밖에는 나올게 없다.


이천사년 구월에 첫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