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가속기의 발명에 탁월한 행정 능력을 발휘한 로렌스

 

   현대 과학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학기술의 연구 규모가 과거에 비해서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19세기만 해도 개인이나 작은 집단에 의해 수행되던 연구가 오늘날에는 수십~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팀을 짜서 서로 협동해 연구하는 식으로 발전하였다. 거대 과학이 등장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입자가속장치 '사이클로트론'을 발명한 미국의 어니스트 로렌스(1901~1958)였다. 그리고 사이클로트론의 발명 덕택에 미국의 국립 로렌스-버클리 연구소와 같은 거대한 연구소도 출현할 수 있었다.

                           

>>  과학자들이 입자가속기 모형을 놓고 제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가운데 안경 쓴 이가 어니스트 로렌스.

  사이클로트론 같은 커다란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적 자원.돈.인력.기술력 등 여러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했다. 로렌스는 바로 이런 모든 것을 자신의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만들어내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사람이었다.우선 로렌스는 사이클로트론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기술적 조건을 잘 활용했다. 금을 찾아 수많은 사람이 서부로 들이닥친 뒤 캘리포니아에서는 광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20세기 초부터는 수많은 수력 발전소가 생겨났으며, 산업체와 대학에는 산학협동을 통해 다양한 방면의 기술이 축적돼 있었다.

   캘리포니아에는 또 동부와 장거리 통신을 하기 위해 통신 시설이 많았고, 여기에 쓰다 버린 거대하고 값싼 전자석이 많았다. 사이클로트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자석이 필요한데 로렌스는 이 자석을 고물 통신기기에서 얻어냈던 것이다. 거대한 자석을 적절한 모양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기계공학도 필요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풍부한 수력 자원을 이용한 전력 산업이 발달해 있었다. 덩달아 펠튼 수차 회사와 같은 우수한 기계 제작회사도 성장해 있었다. 바로 이 회사가 사이클로트론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석을 개량해주었다.

   한편 당시 록펠러재단에서는 암 연구와 치료에 관심이 있어 그 분야의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었다. 로렌스는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연구소에서 중성자를 이용한 치료법을 연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원금도 얻어냈다. 사실 로렌스는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에서 탁월한 연구 논문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처럼 여러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중요한 연구장치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함으로써 1939년 노벨물리학상까지 받았다.

   이제는 과학자도 연구 능력뿐만이 아니라 기업체의 관리자 못지 않은 행정 능력이나 정치적인 감각까지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임경순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